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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렇듯 나도 태어난 곳에서 자랐고

우리집은 극히 평범한 중류층 가정이었다

그래서 귀족의 불행도 가난한 자의 고생도 모른다

별로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어렸을 때는 해군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제트기를 타려면 해군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빠르고 높이 하늘을 나는 건 더없이 멋지고 아름답다

하지만 졸업 두 달을 앞두고

해군이 될 수 없단 사실을 성적표가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난 우주군에 들어갔다

'왕립우주군'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 야마가 히로유키

딱 두 가지만 묻겠다

첫째, 지금까지 뭘 했고

둘째, 예복은 왜 안 입었지?

첫 번째 질문은 제 과거를 묻는 건가요?

멍청한 놈! 왜 늦었는지를 묻는 거다

네놈들은 왜 늘 그 모양이냐?

전우의 장례식에 늦다니 좀 더 진지해질 수 없어?

낮잠을 자다 늦었습니다

동기인 전우가 죽었어! 그러고도 네 녀석이...

군인이냐?

관두자 위치로 가

왜 늦었어?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예복은 팔아먹었냐?

쪽팔리게 이런 걸 어떻게 입어

완전 장군 행세로군

그 친구가 죽은 게 누구 탓인데!

소문대로 실험 중에 죽은 거야?

그래, 오늘 경찰이 왔어

우주복 실험 중에 소변주머니가 누전됐다더군

우주복? 그게 뭐야?

그것도 몰라? 우주에서 입는 옷 말야

이번엔 인간을 쏘아 올린다잖아

유인 인공위성 말야

제정신이 아니군 그래, 미친 영감탱이

저 인간은 아직 포기 안 했어 조만간 또 다른...

군가 제창 준비

우주군 군가 제창!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맞으며

은하의 어둠 속으로 나래를 펴자

앞길에 가로놓인 혼돈에

심판의 날이 다가오리니

마자호네 집에서 빵을 보냈어 박스째로 말야

왜 하필 빵이야?

그야 녀석 집이 빵집이니까

빵이라...

빵집도 괜찮겠네 거기나 들어갈까

난 싫어 나가봐야 일자리도 없다구

여기가 최고지

대충대충 해도 굶어 죽진 않잖아

살아있기에 배도 고프고 밥도 먹는 거지

이런 데서 죽고 싶진 않아

아주 태평하시구먼 시로츠구

낮잠 자는 게 일인 줄은 몰랐군 그래

이게 뭔지 아나?

빵 한 조각이나 기름 한 병을 겨우 살 수 있는 돈이지

하지만 강도는 이것 때문에 사람까지 죽여

그렇게 생각하면 꽤 큰 돈 아냐?

잔업수당이야

미리 주니까 고마워서 눈물이 날 거야

팔굽혀펴기 300번 아니면 윗몸 일으키기 500번 해

오세요! 오세요!

군복은 왜 입고 온 거야?

잔업 하느라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거든

쪽팔리니까 저리 가

그 꼬라지를 보면 여자들 다 웃을 걸

우주군 얘기에 안 웃을 여자가 어디 있겠어

행군도 안 해본 육군이 있다면 나라도 웃을 걸

죽은 동료와 우주선을 위하여!

그 영감탱이 정말 할 작정일까?

그 친구가 괜히 죽었겠어?

하지만 다들 우주여행은 멀고 먼 얘기인 줄 알지

그때까지 우주군이 남아있겠어?

일자리 찾을 때까지는 버텨 줬으면 좋으련만

마자호한테 부탁해 봐

앗싸, 떴어!
4, 3

젠장, 둘 다 죽었잖아

어머, 저 사람 좀 봐

못 보던 군복이네

우주군이야

우주군? 우주인이라도 쳐들어온대?

중령님 차례예요 너도 우주군이면서

2, 3
2, 1, 2

마티, 왜 나랑 할 때만 대박을 터트리는 거야?

빌어먹을!

기운 내 밤은 이제부터라구

예쁜 언니 이게 더 빨라

어서 이리 오라니까

이봐 언니 내 말 안 들려?

빨리 와

여기야

내가 쏠 테니 돈 걱정은 마

난 자고 싶어

나왔구나 돈 오빠!

마티라고 불러

마티, 마티, 너무 좋아

향수 냄새 좋은데 맛있는 냄새야

어서 와, 친구들도 불렀어 자, 빨리 빨리

이, 이봐 한턱 낸다고 했잖아

친구도 있단 말이지?

미미, 돈 오빠 왔어

돈 오빠는 무슨...

심판의 날이 다가옵니다

타락한 인간은 반드시 지옥에 떨어집니다

선을 알고도 행하지 않는 자

죄를 저지르고도 핑계를 대는 자

그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

이 모두가 죄악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은 통탄하고 계십니다

인간이 신에게서 불을 훔쳤을 때 약속된 심판의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우린 그날을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있었네 다른 녀석들은?

휴일인데 돌아오겠냐?

'꼭 찾아 주세요' 새로 개척한 업소냐?

주소까지 적혀 있잖아

아침부터 잔소리야

면도거품 좀 쓸게

그러다 머리 벗겨진다

참, 죽은 놈 침대에서 자면 신상에 해롭다구

아파

꼬마야, 여기 사니?

실례합니다 전단지를 보고 왔습니다

잘 오셨어요 어서 이리로

안으로 들어오세요

차를 끓이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잘 됐네요

자, 의자에 앉으세요

음식이 거의 다 됐어요

길은 잘 찾으셨어요?

네, 전차로 왔거든요

전 리이크니 논델라이코예요

시로츠구 라닷트 입니다

환영해요, 라닷트 씨

시로츠구라 불러주세요

네, 시로츠구 씨

정말 와주셔서 기뻐요 무크는 어떻게 할까요?

딱딱하게 아무것도 안 바르고요

꼬마야, 몇 살이니?

어머, 마나는 여자애예요

마나, 손님에게 그릇을 가져다 드리렴

고맙다

마나가 낯선 사람과 이렇게 빨리 친해진 건 처음이에요

드세요

제가 애들에겐 인기가 좀 있죠

좀 탄 것 같아요 죄송랍니다

아닙니다 탄 걸 좋아하거든요

정말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차 향이 참 좋네요...

잘 먹었습니다

근데 세상이 참 흉흉하죠?

어른들은 선악의 구분을 못 하고 있어요

맞아요

이래서야 애들이 제대로 자라날지, 정말 말세예요

신은 이미 모든 걸 예언했어요

근데...

예?

무슨 고민으로 절 찾으셨죠?

그... 사실은...

직장에서 사고가 있었어요

저런!

그래서 친한 친구를 잃었습니다

안됐군요 얼마나 낙심이 크시겠어요

식욕도 없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무슨 일을 하시나요?

아, 그...

우주군 아세요?

몰라요

모르는 게 당연하겠죠

군인이세요?

네, 하지만 싸우진 않습니다

그저 우주 개척을 꿈꾸는 집단이랄까...

우주! 우주라면 별님이 계신?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훌륭한 일이네요

정말요?

당연히 멋진 일이죠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를 떠나 미지의 별나라로 간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하긴 그러네요 세상에 하나뿐이니까요

이런 훌륭한 분이 찾아 주시다니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에요

다음엔 꼭 별나라 얘기를 들려주세요

물론이죠

우리 후손들은 별나라에서 평화롭게 살겠죠?

그렇죠 우주는 아주 넓으니까요

국경선 따위도 없죠

전쟁을 하지 않는 군인이 있다니 멋져요

해군 녀석들하곤 포부 자체가 달라요

차원이 다르죠

이젠 인류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지상은 인류에겐 너무 좁아요

앞으론 우주시대가 열릴 겁니다

발사 실패의 원인은

인적, 기술적 원인으로 나뉩니다

인적 원인은...

아침부터 영상학습인가?

여기서 볼만한 건 이것밖엔 없으니까

너 어제 내 오토바이 썼지?

밤바람이 너무 좋아서 좀 빌렸어

썼으면 연료를 채워 넣어

왜 이리 좀스럽게 굴어?

우리는 자랑스런 우주군 장교잖아

좀스럽게 굴지 말고 좀 대범하게 살자고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글쎄...

제군은 자랑스런 우주군 장교다

'우주여행은 가능하다'가 출판된 지 올해로 30년

우리 우주군이 창설된 지 어언 20년이 흘렀다

그 20년 간의 다사다난함은 필설로 다하기 힘들 정도다

첫 번째 인공위성은 정말로 화분받이 같았어

달리 적당한 물건이 없었던 거겠지

작년 발사에 실패한 5번째 인공위성 '기다'호 이후

그 규모는 날로 축소되고 있다

귀족원 내부에서도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고

게다가 반년치 예산마저 삭감됐다

시설 해체 예산밖에 없다는데 별수 있겠어?

이제 다른 일자리 찾아봐야지

그러나! 잘 들어라, 제군!

인류의 우주 진출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바로 우리 손으로 저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사람 하나 달랑 태웠다고 우주전함인가?

장군은 그렇다고 하잖아

광대한 우주 속에는 미래가 있다

후세에 전해야 할 평화로운 세상이 있다

뭐, 인간?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쏘아 올리냐고

무리다

내 눈에 안 보이는 데까지만 날아가주면 고맙지

난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 계획을 발의했다

모두 황천행이야

솔직히 숭고한 희생자도 발생했다

그러나 우린 슬픔을 딛고 앞으로 전진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최초의 우주비행사 지원을 받겠다

강요는 않는다

별나라 여행에 도전할 용기 있는 자는 없는가?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이, 이봐!

지금 제정신이냐?

조용히 해

자네 이름이?

시로츠구입니다 시로츠구 라닷트입니다

그래, 기억나는군 다른 지원자는 없나?

아주 잘 지원했다 이따 회의실로 오도록

그 외에... 이상!

해산

제정신이냐, 너?

총 맞았어?

우린 몰라!

부모님이 피눈물 흘리실 거다

죽을 거야

확실히 죽어

생각해 봐, 우리가 입대할 때 동기가 몇이었지?

남은 건 우리 둘뿐이라구

마티!

과학은 우리에게 생애를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역사에 남을 만한 멋진 업적을 세워 보자구

완전 돌았군!

사실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자네 성적이 올랐더군

이전 성적이 너무 낮았어

그건 접어두고...

이대로 가면 계획이 본격 가동될 거야

난 상경해서 정부를 구슬릴 생각이다

바빠질 거야

이로써 우리 군은 최초로 우주전함을 갖게 될 테니 말야

네? 대포라도 달려있나요?

그딴 걸 어디다 써

자네 생명을 지켜줄 첨단기계만으로도 꽉 차

그것도 줄여야 할 실정이라구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더라?

자네가 한심한 소릴 하니까 이런 거잖아

가 보겠습니다

자, 잠깐! 방금 생각났어

그러니까 그...

맞아! 날아라!

비행기 중력훈련 말야 하늘을 날아 본 적 없지?

비행기는 어떡하고요?

빌려야지

빌리다니 어디서요?

멍청하긴! 당연히 공군이지

뭐야 저 차림은?

허벅지가 너무 꽉 끼어

이게 낙하산이냐?

이건 뭔데?

건드리지 마!

빠졌다

왜 이래 정말!

이봐!

어서 타

아, 네

앞자리로 가

아, 네...

그레투 3호기 이륙을 허가한다

왔어

괜찮냐?

정신 차려

얼굴이 창백해

토할 것 같아

왜 그래? 상한 거라도 먹었냐?

이 먼 데까지 놀러 와놓고서

안 돼, 마티

마티!

이봐!

놀러 왔다고 했냐?

왜 아니꼽냐?

이건 일이야

네놈들과 놀아 줄 우주인이라도 있나 보지?

우주인 발견하면 알려줘 격추시켜 줄 테니 말야

이봐, 말조심 해야지

그 팔푼이 같은 놈들은 장교님들이라구

정말로 장교신가? 큰 결례를 했군 그래

애들이 장난감 계급장을 달았는 줄 알고 그만...

이 녀석들이!

난 몰라 니들이 알아서 해

자, 잠깐

날 원망하진 마

기분이 꽝인가 보군, 마티

공군 하사관에게 터졌다고 소문이 쫙 퍼졌어

이왕 싸울 거면 상관을 상대로 싸워야지

지지 않았어 그럼 이긴 거야?

불쌍해서 봐준 거지

다 너 때문이잖아!

아파

둘 다 잘 들어

여기가 우주군 비밀공장이야

장담하건대 보면 엄청 웃을 거야

굉장해 정말 굉장해

이걸 보면 공군 놈들도 오줌을 지릴 거야

결정했어 이걸로 널 쏘아 올려 주지

어디 한번 장렬하게 전사해 보라구

우주 여행 협회?

그래,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이야

그 영감탱이들이 이런 걸 해?

영감탱이라고 했나?

그럼 넌 뭐지? 이 애송아

이 분은 북극탐험에서 막 돌아오신 구놈 박사님이야

난 자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로켓을 만들었어

박사님은 노즐 제작의 1인자셔

모두 모여주십시오

심각한 문제입니다 도면에 문제가 있습니다

뭐야?

뭐야, 말해봐

3단 부분입니다

이 부분엔 수소엔진이 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

수소엔진이 언제 실용화됐죠?

아직이야 하지만 뭐든 처음이 있는 법!

지금 시점에서 엔진 테스트라니 말이 됩니까?

3단 로켓의 가속엔 수소엔진이 적격이야

그런 무모한!

시끄럽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잘난 척 떠들지 마

탈 사람은 이 친구요 본인이 결정하게 하시죠

이 친구가 뭘 아는데?

난 안전이 제일이에요 죽기엔 아직 젊거든요

젊은 게 벼슬이라도 돼?

중요한 거죠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 2단 이후의 변형은 불가능해

여기 제4구역 도입부는 이전 기술 그대로입니다

중량을 감소시키고 연소 효율을 높여 보겠습니다

언제까지 가능하지?

다음 달까지요

다음 달 언제?

포우 4일째까지요

좋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지 명심해, 그때까지만이야

이상! 다들 제 위치로 돌아가시오

던져진 돌은 땅에 떨어진다 당연한 거다

이 돌을 지면과 수평방향으로 가속시켜 주면

훨씬 먼 곳에 떨어진다

이걸 한층 더 가속시켜 준다

돌의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낙하를 계속하게 된다

이것이 인공위성의 원리다

쏘아 올리는 게 아니라

지구 둘레를 따라 낙하시키는 것이다

단, 공기가 있으면 그런 속도가 나오지 않으므로

높은 곳까지 쏘아 올리는 것이다

지상으로 돌아올 땐 고도를 조금 낮춰 공기에 닿게 하면

순식간에 속도가 줄어서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즉, 우리가 밤낮 없이 만드는 이 최첨단 기계는

낙하하기 위해서 상승하는 어이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어이없는 부분이 맘에 든다

우주여행협회의 노인네들은 도통 말이 안 통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구놈 박사는 다르다

노인네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화가 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트롬, 마리다, 가나, 무라... 위대한 모험가들이지

기계일 뿐이잖아요

자네 지금 공업의 위대함을 무시해?

공업이 시민을 평등하게 하고 자산의 집중도 가능케 했어

이름의 유래는요?

트롬은 에스카 해의 적도 밑에 사는 물고기야

마리다는 북극해의 식인 고래고

가나는 이프삭 강의 독사지

시작랍니다

옛날엔 무서운 적들이었지만 지금은 다 내 새끼들이야

여자 이름인 줄 알았어요

그런 것도 있지

도톤리들의 탄생이다

부품은 내가 책임을 지고 이름을 지어줬어

현재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부품은 자네뿐이야

누구... 세요?

별나라 왕자님이요

어머, 시로츠구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로츠구 씨

방을 깜깜하게 해 놓고 뭘 하고 있었어요?

전기가 끊겼어요

큰일이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촛불 빛이 너무 예쁘거든요

마나가 온갖 모양의 초를 만들어 줘요

밤하늘이 별들로 가득한데 안 나올래요?

오늘 밤이라면 별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잠깐만요

마나, 별 보러 가자

저 별은 빛의 속도로 가도 지구에서 70년이나 걸려요

지금 보이는 건 저 별의 70년 전 모습이죠

즉, 우리가 70살까지 산다면

자기가 태어났을 때 나온 저 별의 빛을 보게 되는 거죠

별님이다!

그... 그래

저 아름다운 은하에서 보면 지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그렇지, 좋은 게 있어요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상의 사진이에요

깜깜하군요

아뇨, 흰 부분이 지면이에요

전파로 찍어서 좀 흐리긴 해도...

그렇게 멀리서 보면 거리의 불빛도 별처럼 보이겠죠?

전쟁의 화염도요

저 청명한 별들 속에 있기엔 너무나 죄 많은 빛이지만...

경례!

경전이군요 하지만 난...

알아요

하지만 갖고 계시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한번 읽어보세요

하지만 당신이랑 함께 읽고 싶은데...

차 마시죠

마나!

당신은 뭐든지 부정만 하는군요

가끔은 하느님과도 대충 타협할 줄도 알아야지

타협요?

무리하진 말란 얘기예요

난 무리하는 게 아니에요

게다가 바로 그 타협이란 게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편리해졌잖아요

마나, 차 마시자

왜 그러니? 우린 싸운 게 아니란다

미안하구나

보렴, 벌써 화해했잖아

이 형님의 선물이다

진짜하고 똑같은 훈련 기계야

내가 일등이다

이거 대단한데

8천 5백만 라데크야 8천 5백만 라데크!

비싼 거니 조심해서 다뤄

의회가 예산을 승인하면 좋겠지만 돈이 모자란다구

아직 통과가 안 됐어? 그럼 무슨 돈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 방법이 있지

방법이 있어?

몰랐냐?

장군은 꼴은 그렇지만 왕실에 연줄이 튼튼하다구

게다가 불법이지만 회사도 소유하고 있지

달랑 전화 하나뿐인?

하나면 충분하지

받을 사람도 없는걸

게다가 올해 왕실 차량이 '미그렌'사로 바뀌었거든

미그렌은 군수 로켓을 담당하는 자동차 회사지

이제 감이 와?

아! 그런 거였군

이해 안 됐지?



바보!

우주군 총사령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주전함 건조계획을 발표하는 바입니다

이상, 우주군 총사령관의 인사말이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토네스 황태자님도 출석하여

인사말을 남기셨습니다

난 '오네아마노 지케인 미나단' 왕국 연방...

거기 좀 비켜!

나온다, 나와

TV 처음 보냐?

과학기술이야 말로 동 피츠보 연맹을 하나로...

넌 이 우주선에서 최고로 비싼 부품 중 하나다

공기, 물, 온도... 우주선은 자네에게

집에서 자는 것과 완벽히 동일한 상태를 제공해 줄 것이다

대신 자네는 우주선에 적절한 지시를 내림으로써

마침내 거래가 성립된다

억지로는 아무것도 안 돼

같은 부품들끼리 냉철히 협력해야 해

되도록 긴밀하게 말이야

6000, 6500

7000, 7500

2단으로 전환

정상!

8000

8500

9000, 9500

네, 우주군 본부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왔어 여자야

네, 접니다

제발 부탁이에요 빨리 와주세요

어서요!

방금 막 튜닝을 마쳤어

멋지지? 타 볼래?

그래, 한번 타 봐

점화스위치를 바꿨어 소리부터가 다르지?

멋지다, 우주비행사!

전력회사 사람들이 매일 찾아왔어요

숙모님께 물려받은 집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 말로는

숙모님이 빚이 있었대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짓을 해!

화력발전소?

소송을 겁시다

소송비용은 나라에서 지불할 거예요

아니면 제가 내죠 변호사라면...

아뇨, 됐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 애에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요

쟤 부모님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죠

매일 싸웠어요

그만 좀 해요 그만하라구요

이런 일로 불러내서 죄송해요

이런 일이라뇨 그, 그런...

이 근처에 교회가 있어요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는 분이 계세요

당분간 거기서 신세를 질 거예요

그럼 마나도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고...

알겠어요

쓸 만한 짐을 챙깁시다

왕궁으로서 영화를 뽐내는 레덴스 궁전

그 아름다움은...

낮에는 맑고 저녁이 되면 구름이...

불의 시대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신은 다른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불을 주지 않았다

신은 불로 인해 영원히 살 수 있었다

다우는 불타는 장작을 훔쳐서 부리나케 도망갔다

하지만 화덕의 정령은 이미 눈치를 채고

불에 저주를 걸어 두었다

다우가 불을 가지고 와 신이 했던 것처럼 불을 붙이자

그의 일곱 아들들이 죽었다

이것이 인간에게 최초의 죽음이었다

신은 다우 앞에 강림하여 예언을 하였다

인간이여! 너는 저주를 받았느니

네 자손들은 서로 싸우고 약탈하며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 끝까지 재앙이 번져서

한 사람이 몇 번이고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렇게 접근해도 괜찮은 건가요?

괜찮으니 걱정 마

옛날 엔진은 실험할 때마다 터졌지만 말야

20년을 투자해서 이 정도까지 온 거야

친아들 같은 놈이지

토라지고 떼도 쓰지

기분이 언짢으면 아침도 안 먹고요?

부모에게 대들더라도 난데없이 대들진 않아

반드시 사전에 낌새를 보여

1, 4, 5

1, 4, 5

파편에 안 맞았어?

그래

넌 멀쩡한데 박사님이 병원 신세라니...

혼자 도망가다 벌 받은 거지 다음은 5, 6

5, 6... 덕분에 공장 출입이 까다로워졌어

1, 3, 4... 왜?

과격파 짓이란 말이 있어

과격파?

국왕에게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놈들 말야

최근 탄원서가 늘었대

금시초문이야

그것들을 다 태워 버린대

이번엔 무차별 테러라고 말하는 녀석도 있어

다음?

3, 4, 5

뭐?

이리 내봐

두 번째 줄이잖아

빌어먹을

미안해

똑바로 안 하면 황천길이야

전자두뇌에 왜 올라가? 고양이도 치워

할 일은 다했어?

어제 영감탱이들과 또 날밤 샜다구

조심해!

박사님이 돌아가셨어

언제?

좀 전에 병원에서 돌아가셨대

왕실의 환대를 받으며 열린 우주군 격려회에서

오늘밤 첫 우주비행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시로츠구 라닷트 중령

잘 어울리는 예복 차림으로

우주에 가는 게 두렵지 않냐는 황태자의 질문에

전혀 불안하지 않다며 밝게 대답했습니다

너희들은 돈이 남아도냐?

거리엔 거지들로 넘쳐나고 있는 걸 알아?

앞으로 더욱 추워질 텐데

너희들은 이불 두 장으로 겨울을 날 수 있나?

전부 얼어 죽으란 말이냐?

어서 길을 비켜

그게 누구에게 득이 되냐!

우리들이 만든 다리를 봐라 노인이나 애들에게도 도움이...

밖에 있는 놈들은 뭐야?

반대집회야, 아침 내내 거지랑 데모대가 죽치고 있어

근데 여긴 왜? 취업활동이냐?

틀렸어, 반전활동이야

로켓 대신에 다리를 만들라는 거지

그게 취업 활동이지 뭐야

쓸모도 없는 다리에 돈을 너무 쓴다구

우리 고향에선 아직도 배를 타고 건너

1인승 우주전함보다야 낫지

사람 죽을 일도 없을 테고

뭘 그리 정색하고 그래

저 사람들은 직업이 필요해 저러는 것뿐이야

로켓은 전쟁도구야

다리도 전쟁에 쓰여

이건 네가 시작한 일이야

내가?

설마

그럼 누가 시작한 건데?

마티

시로츠구 중령의 아침은 한 잔의 과일주스로 시작됩니다

가벼운 훈련 후의 아침식사로는

부드러운 빵과 잘 익힌 크레스 열매

네,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고 있어요

시로츠구 중령이었습니다

앗, 차거!

저 자식이...

이거 보쇼!

마티, 너 이 자식

마침 잘 왔어 방금 신문을 보니까...

왜 이리 젖었어?

큰일 났다구

뭐?

'카네아'에서 발사한다는 기사가 났어요

언제 발사장소를 남쪽 끝으로 옮긴 거죠?

모르고 있었나?

육군 발사장을 쓸 수 없게 됐거든

카네아 서쪽 600렌? 이건 국경 밖 아뇨?

아냐, 괜찮아 저기 지도가...

완충지역 바로 옆이잖아

아냐, 키네아가 3000렌이나 적도에서 가까워

그러니 궤도에 올리는 것도 더 수월해지지

그딴 건 나도 알아요!

이럴 수가...

이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폭죽을 쏘아 올리려는 거라구

아무도 반대한 사람이 없었단 말야?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야 상부의 결정이야

상부?

그렇다면... 국방부!

노리노스카 즈이밴맛토 이쉬이스루 레쿠지시엣토

아쿠루파테지 온라... 라쿠... 라쿠레...

라쿠렛토오리야!

자네들 말로 해 우리가 맞추도록 하지

아, 네 감사합니다

그, 그런데... 할말 다 했습니다

끝인가? 그럼 내가 한마디 하지

자네 말이 맞네

우린 로켓계획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

우주여행?

우리가 관심 있는 건 군사력이야

그저 우주에 나가자고 누가 그런 돈을 쓰나?

더구나 군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지

우주군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란 말일세

하, 하지만... 왜 이번 계획을 여기까지...

무릇 세상일엔 유종의 미란 것이 있지

왕실, 국방부, 군의 창설에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후회는 10년 전에 할 만큼 했네

남은 문제는 어떻게 잊어 버리느냐야

쓸모없다는 구실로는 부족해

그러나 이번 계획은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고

공화국 쪽도 우리 정보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국인 리마다의 국경에서 발사한다는 건...

그래서 거기서 쏘려는 걸세 발사 따윈 흥미 없어

목적은 공화국의 리마다 주둔군이다

아름다운 로켓을 코앞에 두고 어떻게 나올까?

빼앗길 겁니다

그럼 더 좋지 로켓은 애물단지에 불과해

무력에 의한 국경침입과 약탈은 우리가 바라는 바다

로켓에 쓴 돈을 뽑고도 남을 거야

녀석들이 우리 계략에 넘어와 줄지가 문제겠지

걱정할 거 없어

자네 로켓이 저 쪽에선 꽤 인기 있는 모양이더군

준비됐나?



시작한다

넌 지금 변기에 앉아 고도 3000의 진공상태에서

초속 200렌으로 질주하고 있다

다음 통신 가능 구역은 멀고 먼 지평선 너머에 있다

제1산소탱크에 내압이상 발생

주경로 폐쇄 예비 동력 가동



질소 공급 중지!

관성 장치 가속도 정상

범용 회로만 소정의 위치로!

선내 기압 변화 없음

좋았어 월급 값은 하는군

다음은 비상 상태 5-7-5

화염의 도시

아들이여 즉시 저잣거리를 떠나야 한다

이곳은 모든 선량한 이가 피로 더럽혀지는 곳

신은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 않으리니

부정한 세상은 화염으로 만들어졌으니

그 멸망 역시 화염에 의한 것일지니

악에서 나온 것은 절대로 선이 될 수 없으니

그러니 아들이여!

너도 준비해야 할지어다

거기 서!

조용히 해

이 꼬맹이가!

네, 좋습니다

이번엔 왼쪽으로요

더 방긋 웃어 주세요

좋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어린이에겐 영웅이니까요

시로츠구! 시로츠구!

농담도 잘하셔

전국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 마가츠미의 우주군 본부에 와있습니다

역사적 현장이라 기자의 가슴이 뜁니다

마가츠미 항구는 우몬 지방의 주요 도시로

오랫동안 번창해 왔으며

특히 국왕 폐하가 유년기를 이곳에서 지낸 바 있어

왕실과는 아주 친근한 도시로 유명합니다

우주군 본부도 그런 점에서...

어서 오십시오, 장군님 방금 도착하셨습니까?

어제 밤차로 왔소

그렇군요

성과는 어떠셨습니까?

할 말 없소

우주전함이면 무장도 돼 있나요?

할 말 없소

서둘러

단, 우주전함으로서의 능력은 보유하고 있소

표정이 왜 이 모양이야 프로 우주 비행사답게 굴어

중령님, 중령님

진급을 해서 지금은 대령님입니다

대령님, 웃으세요

감사합니다

자, 시작합니다

그럼 잘해 보라구

우주영웅으로서의 사명에 관해 질문할 겁니다

사명?

우주계획의 의의랄까 그런 거 말이죠

지금까지 많은 희생을 치러 왔는데

그래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거 말입니다

그걸 여쭤볼 겁니다

영웅 아저씨 여기 좀 보세요

당신 말이에요

우주군 예산을 반만 줄여도 3만 명의 극빈자들에게

따뜻한 방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거 아시나요?

그리고 군비확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죠?

전쟁에 대해서는요?

미그렌 사와의 유착도 부인하나요?

아는 게 하나도 없군요

곧 시작인데 어디 가요?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공화국 네렛돈 정무차관은

오네아미스 왕국의 우주전함 발사계획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군

새로운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우주의 영웅이라...

뭘 이렇게 껴입은 거야

그 나라는 곧 겨울이 됩니다 북반구는 이곳과 계절이 반대죠

아, 그렇군...

시로츠구 라닷트 소령

멍청한 얼굴이군

병기국은 우주전함을 손에 넣고 싶다고...

바보 같은 요구다 무능력한 놈들이...

기다리라고 해

타국의 로켓을 강탈하는 일이다

간단한 일이 아니야

우선은 시간을 벌어야 해

경찰국이 이미 방해공작을 시작했습니다

암살은 온당한 방법이 아냐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죠

모든 게 다 죄악입니다 신은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죄로 세상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우리는...

시로츠구 씨

해 지기 전에 빨래를 걷어야 해

알겠지? 갔다 올게

좋은 옷이구나 언니가 사줬니?

화장실은 어디지?

마나, 수건 좀 갖다주렴

고마워

고맙다

마나, 빨래는 걷었니?

내가 없는 동안 아무도 안 왔지?

도리 아저씨를 만나면 옷 주신 거 고맙다고 해야 해

그거 말고도 얼마나 도움을 많이 주시는데

너희들은 매일의 양식 없인 살 수 없다

진실은 입에서 나온 순간 거짓으로 변하고

선한 마음은 손으로 전해진 순간 악행으로 변한다

너희들에게 좋은 일이 신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기도 외에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도는 작은 점이자 기도는 모든 것이다

기도보다 위대한 것은 없으며

기도보다 겸허한 것도...

어머,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도 날씨가 좋겠어요

어젯밤...

정말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할 수 없었던 거예요

미안해요 제가 어떻게 됐었나 봐요

당신 같은 훌륭한 분을 때리다니

진짜 맞을 줄은 몰랐어요

다치진 않으셨나요?

그, 그게 아니라...

아뇨, 전 당신이 용서해 주실 걸 알아요

하지만 저로서는 용서 못할 일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저거 시로츠구 아냐?

저 꼴통 자식 완전히 튀잖아

안녕?

누구신지

멍청한 놈 그걸 입고 오면 어떡해

여기선 넌 유명인사라구

송별회에는 예복이 기본이잖아

사흘 동안 대체 어디에 처박혀 있었던 거야?

여자 집에서 뒹굴거린 건 아니겠지?

뒹굴거렸지

이런 뻔뻔한...

차리찬미, 마자호 2명을 그리아 천문대로 파견!

출발!

경례!

우주에 도착하면 전화해 쉽게 찾을 수 있게

일거리 만들지 마라

바로!

모두 떠나니 외롭군

다리건은 발사 관제훈련 때문에 계속 처박혀 있고

녀석도 모레는 발사장으로 가고 나도 함께 간다

네키라우트는 남아있군

키록은 이미 발사장에서 영감들이랑 씨름 중이래

얼마 전에 편지가 왔어

넌 언제 가냐?

글쎄, 대머리가 놓아주지 않으니 말야

발사 직전까지 쥐어짜겠지

얼마?

3키쿠

마티?

왜?

만약 현실이 하나의 연극이라면

뭐, 뭐라고?

그렇게 가정한다면 말야

자신이 정의의 편이 아니라 악이란 생각해 본 적 없나?

그, 글쎄...

단지...

부모님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이

날 조금이라도 필요로 하니까 내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

철물점도 그렇잖아

누군가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철물점이 존재하는 거지

이 세상에 완전히 불필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

그런 게 있을 수 있겠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가 필요로 한단 말이고

필요 없어지는 순간 사라지는 거겠지, 안 그래?

알았어 고마워

튀어!

사람 살려!

이쪽이야

미안해요 비켜 주세요

저기다

뭐야, 그 할망구? 과격파야?

난들 알아?

배고프다!

흩어지자

기다려, 마티, 마티!

따라오지 마

노리는 건 나라구

그러니까 따라오지 말라구

매정한 놈

이런 젠장!

막다른 길이야

이게 웬 날벼락이야!

괜찮수?

우주비행사 라닷트다

반가워요

오늘은 집에 가지 마

그렇겠지, 한번만 더 걸리면 이 세상 하직이겠지

뭔가 확실해질 때까지 여자 집에라도 숨어 있어

또 봐

이건 해파리가 아니라 삼각형의 문어야

그럼 저건?

이거?

이건 불가사리야

말도 안돼

이, 이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사람 살려!

왜 이래 정말

사고다, 사고

청소차가 떨어졌어

이봐요, 괜찮아요?

다, 다친 사람은?

여, 여기예요

무사한가?

네, 멀쩡합니다

문명이 전쟁을 낳는 게 아니라

전쟁에 의해 문명이 생긴 걸세

누가 한 말이죠?

내가 한 말이다

우리 인류는 원시시대의 지옥에서 벗어나서

10만 년을 거쳐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근본적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잖아?

젊었을 땐 역사가가 되고 싶었네

왜 안 됐죠?

전쟁이 발발했지 그래서 군인이 됐어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동포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싸웠네

허나 그게 정의가 아니라 태고적부터 반복되던

살육의 역사를 되풀이 한 것 뿐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지

슬펐어

군인이 된 것이 아니라 역사를 공부했던 게 슬펐어

역사는 파산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 게임이야

아마 멍청한 원숭이가 시작했었겠지

과거로 돌아가자고? 길은 외길뿐이잖아

중요한 건 자기성찰이야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또, 해선 안 될지를 생각해야 해

진짜 눈은 코 위에 있는 두 개뿐이야

그 눈에 무엇이 보여?

여자 엉덩이요

눈은 폼으로 달고 있나?

안녕, 마나

혼자야?

언니는... 일하러 갔겠지

그럼 언니한테 전해 줄래?

내가 잠시 먼 곳에 가서 당분간 못 볼 것 같다고 말야

갖고 싶은 선물 없니?

별님

그건 어렵겠다 별님은 너무 멀리 있거든

사실 내가 가는 곳엔 아무것도 없거든

저기?

그게... 저기긴 한데 여기고 거기도 거기고...

어머, 시로츠구 씨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잡지 읽으실래요?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성함은?

마시 토린입니다

감사랍니다

안전띠를 매 주십시오

술까지 드시고 풍류가 따로 없군요

드디어 작전개시입니다

그런가?

리마다 주둔군이 출동 가능합니다

제트기도?

전쟁은 신병기의 실험장이 될 것입니다

허락한다

공중 사진으론 판독이 안돼

미안, 잠깐만

리마다의 군용 열차가 북으로 이동 중입니다

다음 정보는 정오입니다

역시 움직였군

정말 신형 제트기를 띄울까요?

날릴 거야

제트기의 성능이 궁금한 건 우리뿐이 아니니까

잘만 하면 공중급유 현장을 덮칠 수도 있을 거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 우주비행사 시로츠구 라닷트입니다

전 지금 지구 궤도상 200렌을 날고 있습니다

'지금 눈 아래'잖아

이런 건 취향이 아냐

지금 눈 아래 펼쳐진 지구의 모습은...

탱크다

바보 같이, 저건 모형이야

모형?

모형이다, 모형이다

엄청나게 큰 모형이다

내가 이걸 타고 발사되는 거야?

기분 째지겠지?

이봐, 시로츠구

절대 안전한 3단 로켓 지금 사면 싸게 줄게

천천히, 천천히 조심해서 움직여

그대로, 좋았어!

좋은 아침입니다

좋았어, 한번 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 우주비행사 시로츠구 라닷트입니다

발음 똑바로 해

극초단파 라디오를 누가 듣는다고 그래요

좋아, 그대로 밀어

완성이야!

전 우주비행사 시로츠구 라닷트입니다

전 지금 지구 궤도상 200렌을 날고 있습니다

잠이 안 오냐?

내일 이 시간에 넌 역사적 인물이 되어있겠지

낮에 밑에서 작업하던 놈들이 조개무지를 찾았다더군

그런 게 왜 있지?

왜일 거 같아?

옛날엔 이곳이 원시인들의 쓰레기 처리장이었던 거지

신기하지?

이 최신 로켓은 쓰레기 더미 위에 서 있는 거야

원시인들도 자신의 쓰레기 처리장이

로켓 발사대로 사용될 지는 생각도 못 했겠지?

1만 년쯤 뒤에도 여기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와 철근과 콘크리트가 섞인 모습은

정말 가관이겠지?

그리아 천문대의 마자호입니다 장군님 부탁합니다

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여긴 정보국 놈들이 득실대요

발사 시각에 변경이 없는지 시도때도 없이 물어 와요

그래? 알았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

빨리 끊어

빨간색, 아니면 노란색?

그거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발사일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발사 주임은 어디 있나?

지하 관제실에요

진행 담당은?

자고 있습니다

깨워

사흘간 철야로 모두 지쳐있습니다

발사 시간을 앞당기겠다

무리입니다

준비를 갖추는 데만도 반나절은 걸려요

정보국이 발사 시간을 고의로 누설했을 가능성이 있어

적들이 공격해 올지도 몰라

하지만 생략해도 되는 작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체크는 기관부만 행하고 초반 124페이지 부분은 생략한다

천문대 외에는 발사 직전까지 알리지 마라

시로츠구에게 샤워를 하게 해

잠깐만요 그건 도저히 불가능랍니다

위험해요

장군님, 전 반대입니다

괜찮아요, 갈게요

적이 쳐들어오면 위험이고 뭐고 없어요

어차피 아무도 말리지 않을 테고...

이번 작전의 목적은 로켓발사 시설의 탈취다

따라서 발사대에 대한 공격은 금한다

급유는 리마다 상공에서 공중요새로부터 한 차례뿐이다

포켓을 비워 두도록

무운을 빈다

무운을 빕니다

매트 점검을 서둘러

3단 로켓의 연결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검해

안 돼, 연료를 넣어 보기 전엔 몰라

가자

액체산소 주입 개시

담당관은 빙결 상태를 체크한 후 보고하도록

좋았어

급유관 분리

리마다로부터 연락

공중요새와 편대가 접촉

알고 있다 그 지역에서 교전한다

알았다 출격하겠다

돔로트 씨 발사기지에서 전화입니다

발사 시간을 앞당긴다 위성 추적 준비를 부탁한다

놈들의 허를 찌른다

얼마나 남았나?

곧 끝나 좋아, 다 됐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발사 담당자는 지하 관제실로!

나머지는 각자 정위치로 이동할 것

외부 체크 완료

가압 펌프 작동 개시

시동 완료

제1탱크 내부압력 정상

연료 이상 무

전압 이상 무

유압 이상 무

중심축 경사 정상

비행선에서 기상 예보는 아직 안 왔나?

국경 경비군 타얀 감찰중대 텐주코비쿠 준위입니다

전원 대피 명령을 내리세요 이곳에서 철수합니다

지금 발사하려는데 무슨 말인가?

한발 늦었군

유감스럽군요

여긴 곧 전쟁터가 될 겁니다 적군이 강을 넘었습니다

뭐라고?

지금 국경 경비대와 교전 중입니다

젠장!

뭐라고? 잘 안 들린다

발사 중지다 적이 한 발 빨랐어

무슨 소리야 이걸 두고 도망가겠다고?

놈들은 이걸 원하니 공격하진 못할 거야

하지만 발사되면 격추당할 거야

잔말 말고 당장 내려와

어쩔 수 없지

분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잘 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지, 철수한다 다 부질없어

목숨까지 걸 가치가 있는 일은 아냐

단념하자구

잠깐만, 난 단념 못 해요 뭐가 부질없단 말입니까?

여기서 그만둔다면 우린 그저 바보가 되는 거요

지금까지 만들어 온 걸 전부 버리겠다고요?

지금 이 순간까지 열심히 해 왔잖아요

부질없다는 서글픈 말은 말아요 훌륭한 일이에요

역사 교과서에 실릴 만큼 훌륭한 일이라구요

난 포기 안 해요 죽어도 올라갈 겁니다

싫은 인간들은 돌아가 난 계속할 거야

멋지고 씩씩하게 해낼 거라구!

각 담당자 응답해!

전압 정상

유압 충분함

펌프 양호

연료 충분함

발사대 조건부 OK

해 볼까!

키운트다운 재개

가자!

출발 준비

선원들은 배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군

출발

'마기츠'로부터 발신

목표까지는 앞으로 0, 2

상공에 적기 출현!

펌프 재시동 양호 이상 무

발사 단계에 들어간다

공병대는 5, 2의 시간차로

목표지점에 도달

자이로를 안정시키겠다 정보를 줘

관성 항법장치 표시

북 2.8도 36분 30.32초

선내 기압상승 정상

발사까지 앞으로 402

포격 연기가 보입니다

현 위치에서 32

주전원 전환 종료 현재 우주선은 독립해서 작동 중

발사까지 앞으로 373

잠시 송신을 차단할 테니 옆을 잘 살펴

산소 배출 밸브 폐쇄

발사까지 앞으로 102

내부 전원 전압 체크

발사대 물 주입 개시

발사까지 80 최종단계에 들어간다

전원 제위치!

발사까지 앞으로 60

기동 가능

엔진 점화까지 20초

19, 18, 17, 16, 15

14, 13, 12, 11

10, 9, 8, 7

6, 5, 4

3

2

1

폭발했다

괜찮아 발사대 분리!

가속 정상

4500, 5000...

5500, 6000...

1단 로켓 분리 성공

출력 최대

3단 로켓 연소 개시

12000, 12500...

13000, 13500...

연소 완료

여긴 그리아 천문대

확인했다 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위성이 됐어

성공이다!

도시의 불빛이야

어딜까?

마치 별 같아

지상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 있습니까?

저는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입니다

지금 막 인간은 처음으로 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바다나 산이 그랬듯이

과거엔 신의 영역이었던 이 공간도

앞으론 인간의 활동무대로서 언제든 올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장소가 되겠죠

땅을 더럽히고 하늘을 더럽힌 인류가

또 다시 새로운 토지를 찾아서 우주로 진출했습니다

인류의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아무쪼록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분들에게 부탁랍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인간이 여기까지 도달한 것에 감사의 기도를 올려 주십시오

아무쪼록 용서와 자비로서

우리들이 나아갈 길에서 어둠을 걷어 주십시오

죄로 얼룩진 역사의 끝자락에

흔들림 없는 별 하나를 내려주십시오

부디 신의 가르침을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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