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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우키스 마키나 part 02

'블루워터'에는 공중전함 2호기외에 또 하나의 'Deus Ex Machina'가 있다.









          에피소드 03화에서 블루워터를 쫓아 쟝의 집까지 찾아온 그랑디스 일행을 피해 달아난 나디아와 쟝 그리고 킹은 비행기 고장으로 바다에 불시착 하지만, 미군함에 구조되고, 그곳에서 에어튼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12화가 지나 에피소드 15화에서 단 한 컷만 등장하고는 다시 나오지 않는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에어튼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단지, 한 두 번 나오고 끝나버리는 엑스트라 캐릭터 정도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에어튼이 미군함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그가 바다에 떨어질 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런데, 3화에서부터 행동과 말이 어딘가 믿음이 가지 않던 그가, 한참 후에 15화에 한 컷만 얼굴을 비추고 대사 한 줄만 있었던 그가, 다시 12화 후인 27화에 등장하여 37화까지 출연하게 된다.

      15화까지만해도 단역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그가, 어떤 이유로 중반부터 주조연급으로까지 오르게 된 것일까...?



상선을 파괴하고 다니는 바다 괴물 처치를 위해 파견된 미군함 안에서 쟝과 나디아 킹을 돌봐준다. 쟝 일행이 미군함을 떠나면 더 이상 볼 일이 없는 한 차례만 출연하는 엑스트라 캐릭터로 여겨졌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에어튼은 첫 등장인 3화에서는 나디아와 쟝에게 자신을 해양 생물 학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나이에 비해 행동들은 너무나 가볍고, 성품이나 언행도 그 만큼의 수준에 이르지 못해 정말로 생물학자인지 의심스러웠다.

      물론, 생물 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품위를 지켜야하고, 말과 행동에 조심을 해야한다는 법칙은 없다. 하지만, 에어튼은 좀 심한 편이었다.

      자신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임무를 내려 파견해서 여기에 있는 해양학자 박사로 함장 다음으로 높다고 말한다거나, 자신이 알고 있지 못하는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인데도 쟝과 나디아에게는 군사 기밀이라고 둘러대고 말을 피하는 것, 신문에서 미군함이 정체 불명의 괴물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세상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마치 자기만 아는 비밀인 것처럼 말하는 행동들, 킹에게 소세지로 장난치는 것, 그 소세지를 바다 괴물의 미끼라고 말하는 행동들은 솔직히 그를 한심하게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그의 모습에서는 해양 학자로써의 지식, 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에서도 주변에 에어튼같은 진지하지 못하고 허풍이 심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피곤한 부류이다. 나디아와 장과 킹이 군함에 구조되었을 때 그들을 돌봐줄 인물이 필요해서 추가된 캐릭터이겠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기에 에어튼이 그러한 성격이라고해서 이상할 건 없지만.

      에어튼은 선내 도우미로 일하는 자신을 왜 해양 학자라고 표현했을까?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에어튼은 첫출연으로부터 12화가 지난 15화에서 재등장하고, 또 다시 12화가 지나 에피소드 27화에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 폭풍에 날려간 킹을 찾기 위해 마녀의 섬으로 건너온 나디아 일행과 재회하게 된다.

에피소드 27화에서 목만 밖에 내놓은 채 땅에 묻혀 있다가 나디아 일행에게 구조된 후 물만 마시고 있는 에어튼. 어떻게 마녀의 섬까지 오게 되었으며, 그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물론 이것은 블루워터에 의한 운명이며, 각본가에 의해 작성된 시나리오이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담당한 각본가는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넘어가는 스토리에서 왜 갑자기 조연 캐릭터였던 에어튼을 후반부까지 출연 시켰을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블루워터'는 쥘베른의 소설 '해저2만리'를 원안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따라서, '해저 2만리'와 같은 내용이 수없이 등장하는데, 그 중 에피소드 21화에서 노틸러스호의 침몰도 '해저 2만리'의 내용을 따라간 것이다.

      '해저 2만리'의 노틸러스호도 마지막에 바다의 큰 소용돌이 속으로 침몰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며, '블루워터'의 노틸러스호도 수퍼 캐치 광선포가 파괴되고 자력의 영향을 받지않게 되어 바다로 추락하면서 큰 소용돌이(마치, 원안과 내용이 가능한 비슷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처럼)가 일어나며 침몰하는데.....원작대로 라면, '블루워터'의 스토리는 거기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토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에피소드 21화 이후부터의 에피소드 내용은 이제 가이낙스 스스로가 창조해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네모선장을 포함한 노틸러스호의 선원들만 남아있던 노틸러스호의 메인 블럭은 다시 떠오를 힘도 없이 깊은 심해속으로 빠져버려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고, 그랑디스 일행은 21화에서 노틸러스호를 도운 후에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나디아, 쟝, 마리, 킹만 선장실로 구조되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것이다. 스토리를 이끌어갈 캐릭터들은 단 네 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이야기에서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토리가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우선적으로 필요한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각본가라도 한정된 무대인 사람도 살지않는 무인도 링컨섬 안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갑자기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노틸러스호에서 떨어져 조난당한 그랑디스 3인조.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여기 저기로 어긋나버린 기존의 캐릭터들을 다시 하나씩 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캐릭터들을 차례로 스토리가 너무 이상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차례로 등장 시켜야 한다.

      나디아 일행을 시점으로, 23화 이후에서 가장 수월하게 다시 등장시킬 수 있는 캐릭터들은 역시 그랑디스 일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노틸러스호 선원들처럼 깊은 심해 속으로 빠진 것이 아니라, 그냥 어디론가 날려간 것으로 되어있었고, 에피소드 25화에서 상어떼에 둘러싸인 장면으로 잠깐 등장해 생사는 이미 확인된 상태이니, 그럭저럭 쉽게 등장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례대로 등장시킬 캐릭터들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남아있던 나디아 일행과 만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도록 두 팀들간의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줄 스토리가 필요하다.



      폭풍이 지나가고 갑자기 나타난 마녀의 섬에, 폭풍에 날려간 킹이 그곳에 떨어져서 그곳으로 건너 가고, 바다에 표류하다가 우연히 마녀의 섬을 발견해 오게된 그랑디스 일행과 조우......

      이 모든 것을 우연이라 말하고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만 스토리가 여간 어색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킬 수 있도록, 그 중간에 작은 사건을 하나 집어 넣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난데없이 갑자기 진행하는 '마녀의 섬 해변가 달리기'이다. 그리고, 그 달리기 이벤트가 시작할 수 있도록 원인 제공을 하는 요소가 바로 두번째 'Deus Ex Machina'.....에어튼 그레노반인 것이다.



모두가 무서운 공포의 대왕을 피해 도망가지만, 살아 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즐겁게 그냥 섬주변을 한 바퀴 도는 달리기 이벤트일 뿐이다. 달리기 이벤트를 진행시킨 에어튼은 두번째 'Deus Ex Machina'였다.


      솔직히, 27화에서 에어튼의 재등장마저 상당히 억지스럽다. 에이브람호의 복수를 위해 메이빌 함장이 바라쿠다호와 미해군 연합을 이끌고 가고일이 가르쳐준 장소로 오고, 그 배에도 에어튼이 타고 있어서, 노틸러스호가 집중 포격을 받고 있을때 갑판에서 응원하고 있었던 것은 그런데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응원하다가 바닷물에 빠져버려서 표류를 하게 된 것일까? 그 당시는 분명 전투중이었다. 미해군 연합이 화력을 집중하여 부상한 노틸러스호에게 쏟아붓고 있는 긴박한 전투중에, 어떻게 비전투원에 불과한 에어튼이 안전 구역으로 대피하지 않고 배갑판에 올라가서 태연스럽게 전투 상황을 구경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일까?

      메이빌 함장이 바다 괴물을 쓰러뜨리는 것이 자랑스러워 선원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갑판에서 구경한 선원은 에어튼 혼자이므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실은, 에어튼이 배갑판에 올라가게 된 이유가 있다.



      에어튼이 바라쿠다호에서 떨어진후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12화동안의 기간동안 '블루워터'내의 시간은 아주 많이 흘렀다. 노틸러스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잃어버린 고향 아틀란티스에 갔었고, 오르소세라스와 싸우면서 남극기지에 갔었고, 가고일의 함정에 빠져 노틸러스호가 공중전함에 의해 파괴되었고, 나디아 일행이 링컨섬까지 흘러가서 살게 되었었다.

      그리고, 나디아와 쟝이 달걀 부침때문에 싸우고 열흘이 조금 안되게 지났고,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야 나디아 일행과 에어튼은 재상봉을 한 것이다. 나디아와 쟝이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흘러간 시간동안 에어튼은 오랫동안 마녀의 섬에 있었다는 뜻이 된다.

      바다위에서는 우연히 같이 떨어진 식량통의 식량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갖가지 위험 요소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짧아지기 때문에, 에어튼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저 평범한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을 망망대해에서 혼자 버티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난을 버틸 체력과, 살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정신력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에어튼은 그것을 해낸다.


          혼자 오랫동안 있어서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한 것일까? 나디아 일행과 만난 에어튼은 계속 횡설수설이다. 나디아와 쟝이 제공한 물을 열심히 마신 후에는, 자신이 마셨던 물에는 미생물이 있어서 그 미생물 때문에 오랫동안 마시면 중독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하거나, 에피소드 15화까지도 기억하고 있던 나디아와 쟝의 이름을 잊어 먹고 있었고, 마녀의 섬에서 처음 본 마리를 마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얘기를 하기도 하고, 뒤이어 해주는 마녀에 관한 얘기들은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물론, 한참동안 모래에 파묻혀서 물도 못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27화만이 아니라 그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37화(에필로그까지 하면 39화에도 등장)까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거나, 터무니없이 과장되어 있었다.



      캐릭터가 이렇게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원안대로의 내용이 끝나고 새로 스토리를 이끌어가기 위해 한 번에 캐릭터들을 정리해준 존재가 에어튼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이낙스는 도저히 손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캐릭터들간의 재상봉 문제를, 에어튼을 'Deus Ex Machina'로 이용하여 해결한 것이었다.

      27~28화에서 상봉 문제를 해결하고 난 에어튼은 이제 더 이상 필요없게 된 캐릭터였지만,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내내 다른 캐릭터들에게 무시당하고 구박만 받고 있었지만, 중간에 낙오되지 않고 꿋꿋하게 계속 등장한다.



      아니, 사실은 에어튼의 중요한 마지막 역할이 있었다. 바로, 마리의 부양 문제였다. 마리는 5화에서 이미 부모들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되었다. 단지 의지할 곳이라고는 나디아와 쟝밖에 없었는데, 나디아는 가고일에게 잡혀가고, 쟝은 네모 선장을 따라서 뉴노틸러스호에 타고, 나중에 마리와 결혼하는 샌슨마저도 네모 선장을 돕기 위해 뉴노틸러스호에 타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죽게 될지도 모르는 마지막 전투를 하러 출격하는 뉴노틸러스호에 아이를 태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지상에 남겨 두었다. 만약, 마지막 전투에서 뉴 노틸러스호가 이기지 못했다면, 지상에 남아있는 마리를 누가 책임지고 맡을 수 있었을까?

      지상에 남아 있는 노틸러스호의 일반 승무원들 중에 마리와 많이 가깝게 지낸 사람은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정말 한 사람만 생각한다면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지상에 남은 이콜리나가 있었지만, 앞날이 아직도 창창한 어린 이콜리나가 어린 아이와 사자 한 마리까지 맡는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콜리나가 마리를 맡을 경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미취학 나이의 아이를 맡아 책임진다는 것은 키우는 당사자도 쉬운 일이 아니고 아이 입장에서도 성장하는데 적합한 환경이 될 수 없다. 이콜리나와 마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에어튼은 다시 한번 'Deus Ex Machina'로써의 역할을 위해, 마리를 맡은 것이다. 이야기상으로는 샌슨이 에어튼에게 부탁을 한 것이지만, 이것은 제작진들이 에어튼에게 부탁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에어튼은 백작이었고, 그 위치에 맞는 많은 재산이 이미 영국에 있었다. 그런 에어튼에게 아이를 일시적이나마 맡아 기르는 것은 그다지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전투 이 후를 그린 CD 드라마 'Bye Bye Blue Water'의 A.D 1900을 보면 기숙사에 있는 성장한 마리는 에어튼의 도움으로 잘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이낙스의 제작 스태프들은 마리의 부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eus Ex Machina'의 임무가 이미 끝났던 에어튼을 37화까지 계속 등장시켰던 것이다.



      하는 말은 거짓말 같아 모두 믿기는 힘들지만, 말과 행동에 앞뒤도 맞지 않고, 심지어는 35화에서는 두려움에 돌아가자는 말을 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에어튼이 어쩌면 작품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에어튼의 행동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인간들의 모습이다. 사실 어느 나라 사람 할 것 없이 지구에 사는 인간들 모두가 에어튼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자신의 모습 속에서도 에어튼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Written by BLUEno@h la Natal from 'To Homeland...' [18 February. 2001]



#에어튼, #에어튼 그레노반, #데우스 우키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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